산으로 간 까닭은?
서초동의 농원에서 일을 그만두고 노량진으로 다시 왔다. 학원 교재도 사고 공부라는 것을 하려고 폼을 잡았다. 일주일이 지났을까 친구들과 당구장에 간 사이 내 가방은 사라졌다. 그럼 그렇지 공부하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보다라며. 노량진 정진학원 근처 포장마차에 앉아 친구랑 소주를 마셨다. 그 시절엔 전어가 인기가 없었다. 며느리들도 집을 나가지 않은 탓에 싸구려 안주로 가시 많은 전어를 텝텝 가시를 발라내며 지갑이 늘 허전한 재수생은 씁쓸하게 소주를 마셨다. 그리고 대학생, 최루탄과 지랄탄에 맞서 보도블록을 쪼개 투구 연습을 하면서 세상이 혁명이라도 될 것이라며 캠퍼스 생활은 그렇게 지식인을 위한 변명만 외치다가 끝이 났다. 군대를 졸업하고, 복학하고 다시 대학을 졸업했어도 가슴은 한편은 여전히 허전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