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곰취 꽃에서 백제 대향로를 찾다

category Made 人 지리산 2020. 11. 2. 17:12,

노고단(1,507m) 천왕봉(1,915m), 반야봉(1,734m)과 함께 지리산 3대 봉의 하나이다. 구례에 살면서 정작 지리산 종주는 거의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노고단에는 지리터리풀 꽃이나 원추리, 겨울 상고대, 연말이나 연초에 이벤트성으로 오르고 있다. 진짜 마라토너라면 화엄사에서 시작하여 코재를 지나 노고단에서 남원방향으로 흐르던 물을 구례로 넘겼다해서 물을 넘겼다 해서 '무넹기'라 부르는 무넹기를 거쳐 노고단에 코가 땅이 닿도록 휘리릭 올랐을 텐데, 이제는 "라떼는 말이야"라고 부르짖는 꼰대가 되고 말았다. 지금은 승용차로 성삼재에 주차하고 겨우 1시간 정도 사부작 걸어서 노고단에 오르는 일반인 등산객이 되어버렸다. 


7월의 원추리와 노고단의 겨울


귀농 3년차에 곰의 발바닥을 닮았다고 해서 곰취라고 불리는 곰취는 해발 800m의 피아골 하늘 1번지에 심었다. 결국엔 주인을 잘 못 만나 탓에  풀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구를 떠나야만 했다. 곰취는 해발 300m 이상에서야 그 향기를 내는 기온차가 많은 곳에서 자생한다. 노고단이나 반야봉의 큰 나무가 없는 1,500m 이상의 아고산대에 아직도 자생하는 곰취가 모습을 보인다. 강원도 어디에서는 곰취보다 작은 곤달비를 곰취축제라고 불리다가 곰취 아니라고 하니 아기 곰취라고 우기는 우습지 않은 축제도 있다.


백제 금동대향로는 국보 제287호다. 전체 높이가 64cm, 지름 20cm로 백제의 수도인 부여 능산리에서 출토되어 국립 부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대향로에는 원앙과 봉황 등 입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조형성이나 회화적인 구조는 중국을 뛰어넘는 예술적인 감각이 백제를 대표하는 예술품으로 추앙받고 있다.(두산백과 참조)

연꽃을 닮았다는 백제 금동대향로 내 눈에는 연꽃보다는 곰취꽃이 더 가깝게 닮아보인다.

 


그렇게 강원도 평창 우렁각시 누님한테 사 온 모종으로 시작했던 곰취 농사도 풀과의 전쟁에서 이겨내지 못하고 말았다. 대신 노고단의 곰취랑 같은 토종 곰취가 드문드문 버텨주고 있어 봄의 밥상을 가끔 출연하고 있다. 이제는 곰취나 잔대 등 초본류 산채는 포기했다. 대신하여 두릅이나 엄나무, 오갈피, 참옻나무, 초피 등 목본류 산채로 만족하기로 했다. 목본류 산채는 한 번 심어두면 해가 갈수록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채취할 수 있으니 게으른 농부들한테는 최적의 작목이다. 가장 지리산스러운 약초로 '자연으로 치유하다'의 지리산 자연밥상의 슬로건에 맞는 최고의 농사가 아닐는지

4년 후에는 다시 전업 농부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 내가 짓고 있는 농사의 대부분은 곰취가 아닌 목본류 엄나무, 오갈피, 참옻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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