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바다와 아버지

category 귀농&귀촌ㅣ情報 2020. 11. 7. 21:33,



나의 유년시절 7할은 칠산바다에서 자랐다.

집에서 25분 정도면 걸어서 갈 수 있는 바다가 있다. 칠산바다는, 전라남도 영광군의 임자도에서 전라북도 부안군에 이르는 구간에 7개의 섬을 말한다. "사흘 벌어 1년을 먹는다"는 조기 곡우 무렵 파시가 열리는 칠산바다는 굴비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이다. 그 파시의 중심지인 법성포에서 유지로 살았던 우리 집안은 여순항쟁과 6.25를 겪으면서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되어 아버지는 외가인 이 곳 고창군 상하면으로 흘러 오셨다. 고아의 몸으로 가정을 이루는데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는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주변 어르신들로 부터 전해들을 수 있었다.

고창과 영광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로 구분되어 있지만 이웃으로 지금이야 차로 30분도 걸리지 않지만, 50여 년 전 법성포까지 성묘라도 다녀오려면 하루가 소요됐다. 아버지는 성묘나 법성포를 갈 때면 어린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나는 아버지가 과자 사준다는 사탕발림을 하지 않으셨는데도 따라다니는 걸 참 좋아했다. 장손이셨던 아버지는 9개나 되는 제사를 지내고 집안의 산소까지 다 챙기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들 산소를 찾는데 힘들었지만, 어린시절 기억을 더듬어 찾아 한 곳에 모셨다.

어린시절부터 우리 식구들은 부지런했다. 온 식구들이 총동원하여 추운 겨울에도 동상 걸린 퉁퉁 부은 손으로 바다를 다녔다. 조개를 캐고 그 조개를 까서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10km가 넘는 곳으로 조개젓을 팔아서 3남 3녀 자식들 학교를 보낼 수 있었다. 나도 그 덕분에 대학을 나올 수 있었으니 칠산바다는 그냥 노을이 아름다운 바다가 아니다.



아버지는 1988년 내가 이등병 시절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시절 초등학생이었던 막내를 비롯한 3남 3녀는 모두 장성하여 모두 가정을 이루고 오늘 고향집에 모였다. 내일이 아버지의 기일이라서 아버지가 즐겨하셨던 복분자주를 마시면서 아버지를 떠올리고 있다. 자식 중에서는 내가 아버지의 성격을 닮았다. 느리지만, 게으르지 않은 성격으로 오지랖이 넓으셨던, 아버지는 60이 되기 전에 돌아가셨으니 지금 생각해봐도 많이 아쉽다. 자식들을 위해 고생만 실컷 하시고 자식들 성장하여 보내는 모습을 기분 좋게 보시지도 못하시고 아파하시다가 돌아가셨으니 말이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버지가 더 그립다. 

아버지, 아버지와 다른 농부가 된다고 했던 작은 아들은 농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한테 말씀드렸던 그런 아들로 마음 변치 않고 열심히 더 열심히 살아내겠습니다. 아버지한테 어머니한테 더 흐뭇한 자식들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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