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지리산에 산다.

category 굿모닝, 지리산 2020. 10. 25. 22:09,

나는 지금 지리산에 산다

산을 많이 좋아합니다. 용의 이빨처럼 거친 용아장성의 공룡의 등처럼 거대한 설악산도 좋아하지만,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넉넉해지는 틈틈히 맑은 샘물을 선물하는 지리산의 여유로움이 더 좋습니다. 특히 지리산에서도 더 따뜻한 남쪽 하동과 구례가 지금도 좋습니다. 귀농하기 전 1년에 한두 번은 지리산을 종주했습니다. 그 만큼 좋아하는 산이라 지리산에 살면 산에 자주 갈 것이란 생각에 지리산은 더 매력적이고 귀농하고 싶은 곳 중의 한 곳 이였습니다. 그런데 13년을 살면서 종주는 딱 1번밖에 못하고 이렇게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핸드폰 번호를 공개합니다. 010-9088-1915 (90까지 88하게 1915천왕봉을 오르자)라는 의미로 만든 핸드폰 번호입니다. 그랬던 제가 이렇게 산에도 자주 가지 못하고 세월을 죽이고 있습니다. ㅠㅠ

↑ 설경이 보고 싶어 4륜 구동 트럭을 타고 성삼재로 올라 노고단에서 바라다 본 내가 사는 구례입니다. 움푹 패인 곳 어딘가에 제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좋은 설경 구경하고 오느라 차는 얼어서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결국 차를 버리고 날이 풀려서야 가져왔던 추억이 깃든 비싼 사진입니다. 





그리고, 귀농을 하다

2009년 2월 26일 귀농이라는 핑계로 온 가족을 데리고 구례로 이사를 합니다. 귀농이라는 표현보다는 지리산으로 쫓겨난 것이라는 것이 어쩌면 적당한 표현일 것입니다. 도시에서 18년을 광고 관련 일로 밥을 먹고 살았는데, 그 당시에도 온라인이 성장하면서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내가 하는 전광판, 지하철 등 옥외광고 영업은 특성상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세탁소로 활용되면서 페어 플레이를 구경하기 힘들어집니다. 2008년 종편까지 들어선다는 분위기여서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에 지리산으로의 귀농을 서둘렀습니다. 물론 밝히기 어려운 결정타는 이 공간에서 밝히기에는 조금 무거운 이야기가 될 듯하기도 합니다.

물론 나의 귀농은 준비를 오래동안 기획된 일 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강원도로 가려고 5년을 넘게 정선의 동강 연포 소사나루를 비롯하여 경기도 양평, 홍천, 영월, 인제 미산계곡으로 마지막으로 강원도를 포기하고 땅값이 저렴하고 좋은 땅이 좀 남아 있다는 지리산으로 방향을 돌려 잡습니다. 지리산으로 가기 전에 고향인 고창으로 가려고 하고 마라톤 닉네임을 복분자로 바꾸고 대회 참가할 때마다 미래의 소비자을 위해 영업을 하곤 했습니다. '질마재'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특허청에 출원도 하고 어머님이 농사지은 복분자주로 선물 세트를 만들어 팔기도 하면서 귀농 준비를 하였는데, 지금도 고창에서 농사짓고 계시는 어머님의 강력한 반대로 고창행은 좌절되고 맙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그러하듯 가족들의 동의가 가장 필요한 터라 과천에 살면서 애들이 어려서부터 주말농장을 통해서 흙과 친숙해지도록 세뇌가 필요했습니다.(주도면밀) 처음에는 옆지기도 주말 농장에 와서 빈둥거리고 관심 밖이었는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흙을 만지기 시작합니다. 언제가 좋을지 기회를 엿보다가 내성적인 딸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는 타이밍이 적합할 듯하였습니다. 동생인 아들은 잘 적응할 거라고 생각하여 2008년 과감히 지리산으로 결정하고 지리산에 공매와 경매를 통해 땅도 구입하고 무슨 농사를 지을 것인지 이미 주말 농장에서 실습도 하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귀농학교에 3개월 합숙으로 공부도 하고 새로운 공간에서의 전쟁을 너무 열심히 준비했던 거 같습니다. 그리하여 2008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날 오미자, 오갈피, 엄나무를 심으면서 귀농을 시작합니다.

↑ 저 구름 속에서 삽니다. 원추리꽃이 피기 전에 노고단에 다녀왔습니다. 곰취꽃이 좋았고 내가 좋아하는 지리털이풀꽃이 참 좋았던 아꼈다가 다음에 보여드릴께요.


↑ 지리터리풀꽃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7월에 지리산 능선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귀한 꽃이랍니다.


어제부터 좀 피곤합니다. 그동안 수해를 입은 장터 38점빵을 이제야 공사하느라 페인트칠하고, 청소하느라 주말을 다 보내고 말았습니다. 다시 충전해서 어떻게 하면 귀농에 실패하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ㅎㅎ 기대는 마시고 지켜봐주시고 참고하시기를 ...



사업자 정보 표시
지리산자연밥상 | 고영문 | 전남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로 36-12 | 사업자 등록번호 : 416-81-66827 | TEL : 061-781-1471 | Mail : jirisan800@gmail.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09-4870053-30-2-00014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굿모닝,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멧돼지 키우기  (1) 2020.10.27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콩도 그렇다.  (7) 2020.10.26
나는 아직도 달린다.  (4) 2020.10.24
굿모닝지리산  (0) 2019.09.25
섬진강 고라니의 사계절  (2) 2018.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