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콩도 그렇다.

category 굿모닝, 지리산 2020. 10. 26. 23:40,
구례의 주도(酒道)

그러니까 2009년 벚꽃도 흔적을 보이지 않는 4월 중순 두릅이 막걸리 잔을 비우던 어느날 지리산남악제의 한마당으로 진행된 군민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이제 이사를 왔으니 지역분들과 얼굴도 익혀야 하고 해서 체육대회에 참석을 합니다. 구례에 내려오기 전부터 마라톤클럽에 가입을 하고 같이 운동도 하고 빈집 소개도 받는 등 클럽 활동을 해온 터라 자연스럽게 몸매만 보고 달리기 선수로 차출되어 100m 달리기 한 판하고 동네 분들과 대낮부터 노고단이 어두어지도록 여러 종류의 술을 마셨습니다. 군기 바짝들어 마셔야만 했습니다. 마을 형님들과 이사를 했다는 신고식 이후로 처음으로 대적한 술판이었는데, 구례의 주도(酒道) 꺽기가 없답니다. 무조건 원샷을 해야 하는 그야말로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읍에 있는 종합운동장에서 시작한 술의 축제는 토지면 면사무소로 이동해서 몇 잔 더 마신 기억은 있는데, 그 뒤는 귀신이 대신 마셔준 덕분에 일어나보니 늦잠이었습니다. 나도 한때는 무교동과 인덕원을 낙엽처럼 배회했던 잘나가던 술 상무였건만, 13년이 지난 오늘...지리산의 기운 가득 충전했건만, 구례사람들을 아직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한 번은 수석회라는 모임에서 야유회를 남해 삼천포로 대절버스를 타고 가는데, 가는 동안 차 안에서 계속 퍼?마시고, 삼천포에서 내려 바로 식당에서 또 마시고 구경은 아예 없고 다시 버스 타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계속 퍼 마시고.... 식당에 가서 또 마시고


智異山, 어리석은 사람도 머물면 지혜로워진다.


智異山, 어리석은 사람도 머물면 지혜로워진다. 그래서 지리산이라고 합니다. 지리산의 옛날 이름은 백두산에서 흘러흘러 두류산, 방장산이라고 불리우다가 큰산에서 나오는 먹거리와 풍경 속에서 섭생하며 머물면 지혜로워 진다는 이야기랍니다.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등 천년고찰이 3개나 있는 계곡의 음이온 수치를 보면 그 말이 틀리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만, 내가 지혜로워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폭음으로 숙취에 모처럼 뻗어 늦잠을 자려는데 동네 어르신이 찾아와 대뜸 마을 앞 야산 2,000평을 밀어놨으니 농사를 지으랍니다. 고맙습니다도 아니고엉겹결에 별주부가 토생원 부르려다가 호생원이라 발음을 잘못하여 호랑이를 불렀다는데 넵 하고 술기운에 못 이겨 대답은 하고 맙니다. 임대한 땅이라 나무를 심을 수도 없고 그야말로 개고생이 시작됩니다. 며칠후 소문은 흘러흘러 아는 분의 소개로 수수 작목반이 생길터이니 기다리고 있으면 종자랑 다 구해준다는 말만 믿고 풀을 키우면서 기다렸습니다. 6월이 되었으나 소식도 없어 찾아 가봤더니 수수작목반 사업이 무산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야시대의 선사시대의 유물이 나오는 야산에 퇴비 12대를 쏟아 퍼붓고 6월쯤 농사를 시작하는 작물이 없어 그 황토 땅에 심을 수 있는 건 콩밖에 없었습니다. 계획에 없던 콩농사를 시작했던 마을이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콩두마을도 아닌 용의 머리 용두마을이었답니다.

↑ 고라니의 만찬에 희생된 콩.. 사람도 배가 고프면 뜯어먹고 싶을 정도로 예쁘지요. ㅎ


피아골 해발 800m 농장에는 오미자, 오갈피, 엄나무는 이제 시작인터라 수확을 하자면 3년은 더 놀아야 할 판이고 그때부터 나의 축산업은 시작되었답니다. 생각해보니 메주콩 전용인 태광이라는 품종을 심었는데, 콩이 대가리를 내밀면 비둘기와 꿩들이 몰려오고, 조금 지나면 고라니와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을 키우는 그러나 축협조합원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불량 농부가 시작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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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콩도 그렇다. ㅎㅎ 잘 보시면 보입니다. 저 불량콩들을 밥상 위에 올려놓고 고르느라 눈이 빠진 옆지기는 며칠 전 옆동네 인터뷰 때도 빼먹지 않는 레파토리입니다. 그 당시 나는 야생동물들 키우려면 부족한 돈을 벌러 가끔은 서울에 가야만 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집니다. 오늘은 임업후계자 온라인 교육이 종일 있어 Zoom으로 30분 단위로 출첵을 하는 통에 ㅠㅠ 저녁에는 대학원 수업도 Zoom으로 세상이 정말 2025년이 된 듯 합니다. 내일도 임업후계자 교육이 있고, 수요일은 산청군에 쇼핑몰 관련 회의가 있고, 목요일과 금요일은 여수에서 모처럼 청년들 강의가 있어 모처럼 바다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100up은 내일 또 계속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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