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에 QR코드 달아주기(과정을 팔아라)

category 굿모닝, 지리산 2020. 10. 30. 23:44,

지금은 이밭에는 두릅이 자라고 있다. 다년생나무라서 인건비도 적게 들고 멧돼지들이 덜 찾아와 게으른 농부한테는 적합한 작목이다.

 

2011년 호박 농사를 지었다. 왜 뜬금없이 호박 농사를 지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구례 육묘장에서 호박 모종을 사서 심었는데 모종값이 생각나는 거 보니 농사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기억이다. 산골의 농사는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지렁이 잡으러 온 멧돼지가 호박밭을 수색하는 통에 농사를 망치곤 한다. 인터넷으로 그물을 구입해 울타리를 쳐서 방비를 하지만, 멧돼지는 어떻게든 울타리를 뚫고 들어와 초보 농부의 수업료를 잽싸게 챙겨 달아나 버린다.


  • 과정을 팔아라

호박에 QR코드를 달았다. QR코드를 통해서 농부가 농사짓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블로그에 호박이 크는 과정을 간간히 올려 얼마나 커가는 걸 볼 수 있도록 한 것이었는데 이때 농부의 정성은 양념역할이었다. 식탁에 오르는 호박이 어디에서 누가 농사지었는지 그 출생의 비밀이 비밀이 아니게 하는 정보였던 셈이다. 소비자는 블로그를 보면서 호박이 어떤 과정을 통해 농사를 키워졌는지를 공유하기 위해서 설계되었다.

2010년 9월 링크나우라인 사이트 동호회에서 협업으로 QR코드라는 책을 쓴 적이 있었다. 각자 업종별 해당 파트를 나눠서 블로그를 쓰고 그 글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나는 농부라서 'QR Cord와 농산물'이라는 주제로 농산물에 어떻게 적용,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책으로 남긴 적이 있다. 그 후로 상품 패키지, 스티커, 명함, 브로슈어 등에 QR코드를 달아서 활용하려 했던 소셜 농부의 시절이 떠오른다.

요즘도 알고 있는 의성의 사과농부가 QR코드를 활용하는 것들을 보았다. 10여 년 전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이제는 추억의 경험담이 되어버렸다.

 


  • 검색과 공유의 시대

-Attention –Interest –Seach –Action -Share

일본의 광고대행사 덴쯔에서 제창한 소비자 행동에 대한 가설로 내세운 AISAS이론이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찾고 구매하고 맘에 들거나 말거나 공유하는 새로운 시대라고 글을 기억한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생산 과정이 길다. 산수유는 3월 15일경 꽃이 피어 11월 중순 수확을 하기도 하니 태양의 에너지를 축적하는 시간이 다른 식물에 비해서 충분히 많이 길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매실은 6월 말에 수확을 하는데 비해서 산수유는 여름 뙤약볕 7월~10월을 넘어 11월에 수확을 하니 매실에 비해서 넉 달을 넘게 더 에너지를 충전하다 보니 그 성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과정을 생략한다면 그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구례는 전국 산수유의 71%가 생산되는 곳이다. 봄부터 많은 몸살을 앓을 정도로 상춘객들을 끌어모으지만, 정작 산수유는 그 가치를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그 과정을 살리기 위해서는 관찰하고 또 관찰하여 잠자고 있는 스토리를 찾아서 SNS나 미디어를 통해서 소비자를 찾아갈 수 있다면 그 가치를 대접받는 길이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우(杞憂) 같은 생각을 해본다.


일명 '바람의 언덕'인 토지면 파도리밭은 쑥부쟁이와 여주, 개똥쑥, 쇠비름 등을 거쳐 지금은 두릅과 산초나무가 자라고 있다. 올해 냉해와 긴 장마로 인해 예년에 비해 많은 농작물의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두릅나무는 뿌리가 얇게 뻗어 자라는 천근성에 습기에 취약한 작물인데 긴 장마로 버텨내지 못해 상당량 나무가 죽기도 했다. 때문에 내년 봄이 농부를 덜 바쁘겠지만, 농부는 그 과정도 빠짐없이 잘 소통해서  2021년 연둣빛 봄을 기쁘게 맞이할 준비를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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