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엽수의 난(亂)

category 굿모닝, 지리산 2020. 11. 1. 23:04,

하동군 악양면 형제봉(1,115m)에서 노고단을 바라보다. 활엽수들에 밀려 소나무들은 거의 능선에 포위당한 상황


아버지는 내가 군대 간 4월에 위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둘째 아들인 내 얼굴도 보지 못하시고 10월 말경 돌아가셨다. 고향인 고창으로 내려가 장례를 치르고 부대에 복귀해보니 부대 앞 야산 나무의 잎이 다 지고 휑하니 불어대는 바람소리까지 가세해 외더 외로운 가을을 보낸 기억이 있다.

금강산의 일부였던 강원도 고성군 건봉사아래에서 22사단에서 포병으로 군대생활을 했다. 연병장을 뒹굴다가 말년병장이 두려워한다는 떨어지는 낙엽도 무시한 채 산에 나가면 어떤 거라도 먹을 것을 챙겨 온다고 '야전 1종 창고'라는 닉네임으로 군대생활을 했다. 군대가 체질은 아니었지만, 이등병시절부터 아버지의 부재로 살아내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일병 때까지는 선임들 등살에 힘들었지만, 상병과 병장 시절의 군대생활은 단순한 군대생활이 오히려 마음 편했다. 전역하던 날 동기들이랑 부대에서 나오자마자 간성터미널앞에서 오징어회로 소주를 마셨는데, 난 진짜 전쟁터 같은 서울 가는 버스 타는 게 싫었다. 훈련소 퇴소하던 날 면회 온 형님으로부터 아버지 위암 소식을 처음으로 듣고 강원도 홍천 사는 동기 부모님이 가져온 양주 한 병을 병나발 불고 자대로 끌려가던 때가 떠오를 정도로 전역이 반갑지 않았다.

전쟁터로 복귀한 진짜 군인 ...아직도 나는 일병? 

아버지와 다른 농부가 되기 위해 이제는 지리산에서 농부가 되어 소셜 농부로 13년의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SNS의 소셜미디어의 시대를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하고 소통하면서 무사히 넘기는 듯했다. 그러나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마케팅 자동화로  무장한 새로운 4차 산업 혁명군의 질주에 점령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농촌의 마케팅도 이제는 스토리와 플랫폼을 연결할 수 있는 컨텐츠를 확보하여 혁명군에 합류하여만 살아남을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글쓰기 100UP'의 도전도 철인 3종의 도전보다도 무모하지만 정신 가다듬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소나무 >>> 참나무류 >>> 서어나무

우리나라 산의 생태계 천이과정은 소나무에서 참나무류를 거쳐 서어나무로 천이될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산들은 이미 소나무가 활엽수에 의해 진압된 상황이고 우리나라의 산도 참나무류들의 반란으로 가을스럽게 장악당하고 있다. 일부의 산에서는 벌써 서어나무가 반란을 시작하였다.


↑ 낙엽송이 불타오르고 있다. 전북 장수군에 귀농하려고 2006년 10월 말 갔는데, 너무 보기좋아 귀농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겨울에 다시 갔더니 마음이 너무 추워 포기하였다. 움푹패인 곳이 내가 사는 구례다.

 

활엽수에 점령당한 산
제일 높은 곳이 천왕봉(1,915m)이다.


모처럼 하동군 악양면 형제봉(1,115m)에서 구례를 그리고 지리산을 둘러보았다. 2010~ 2011년 지리산 둘레길 조사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리산 곳곳을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비 오는 날은 농사일을 할 수 없었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지리산 둘레길 조사하러 다녀야 했다. 그러다 보니 농사는 거의 지을 수 없어 불량 농부가 되고 말았다. 구례, 하동구간, 남원 주천 구간은 지리산의 역사와 지리산 사람들의 스토리들을 알 수 있어서 지리산 사람이라고 말 섞을 수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악양들판과 남해바다가 보인다.

차라리 점령군이 되자

요즘 코로나 19로 인해 세상이 4차 산업 혁명군이 지구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독야청청 버텨내기엔 소나무만큼이나 버거운 전쟁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2020년 이후의 세상은 죽을 때까지 학생이라고 한다. 새롭게 진행되는 문명을 배워나가야만 한다는 이야기일 게다. 나 역시 2020년 오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 다닐 적 부모님이 공부해라 공부해라 해도 말은 안 듣던 아들이 이제라도 나름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고 있다. 며칠 있으면 아버지의 기일이 다가온다. 낙엽이 지는 나목(裸木)을 괜스레 싫어하는 이유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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