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챙겨야 할 돌배

category 굿모닝, 지리산 2020. 11. 3. 23:40,

3년 차 농부 나의 농사를 지으면서 작목을 선택하는 원칙이 있다. 

첫째는 지리산다운 작목이 1순위다.

두 번째는 농약을 치지 않고도 잘 자라는 작목이다. 

세 번째는 가공이 쉬워야 한다.

네 번째는 시장성이 있어야 한다.

네 가지를 충족하는 작목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약초(산채)와 특용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산채는 4월에만 수확하느라 매우 분주하다. 이른 봄이라 병충해가 적거나 없기 때문에 게으른 농사를 할 핑계를 준다.

산채를 생산하기 위해 농부가 농장에 간섭하는 일은 넝쿨제거나 멧돼지가 망가트린 농장 정리 정도다. 물론 풀관리는 기본이다. 귀농 13년차에 이르기까지 사실 많은 작목의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돌배 농사가 전부다. 오가피와 꾸지뽕이 농장에 있지만, 야생동물을 위해서 수확을 양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협에서는 조합원 자격을 주지 않고 국가에서도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다.

농장은 아직도 차가 다니는 길이 없어 지게를 지고 다녀야 한다. 유기농 인증 방치 농업을 하려고 농장을 전략적으로 길이 없더라도 산속 깊은 곳을 선택하다 보니 힘들게 농사를 짓고 있다. 

4월 농부의 밥상, 큰산, 지리산이 키운 자연밥상이다. 


귀농하기 전부터 약초공부를 했다. 본능적으로 꽃나무 이름을 잘 외우고 학교 다닐 적에도 농업 공부는 잘했다. 과천에 살면서 귀농하려고 귀농 카페 활동도 열심히 하였고 산림청 산림과학원에 기웃거리면서 전문적인 공부를 했다. 그때 뵌 박사님들의 조언을 지금도 받고 있다. 돌배도 산림과학원의 김*현 박사님의 소개로 집 앞 섬진강 건너 광양 백운 돌배를 선택하게 되었다.

재래종 돌배는 서리가 내리면 수확을 한다.


돌배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피로 해소와 면역력 강화에 좋은 유기산과 플라보노이드가 함유되어 있어 우리 한방에서는 기관지 질환과 해열, 소화촉진에 좋기로 유명하다. 내가 돌배를 택한 것도 대기오염과 황사 등 미세먼지로 혼탁해지는 상황에서 시장성이 있다고 믿고 택한 작목이었다. 게다가 지리산에서는 일반 배보다는 돌배가 잘 자라고 있어 조언을 듣고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돌배 농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향나무를 조경수로 키우는 분이 있어서 적성병으로 돌배가 힘들어 했다.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화학비료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키우다 보니 나무들이 어렸을 적에는 엄청 힘들어했는데, 7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회복하더니 기적의 사과처럼 지금은 잘 견뎌주고 있다.

나는 믿는다. 예전 집 주변에 감나무들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치지 않고 내버려 두어도 잘 따먹을 수 있었던 것은 나무한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스스로 자연치유를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였기 때문이다. 나의 농사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경쟁하여 살아낼 수 있게 그 환경을 조성해 줄 뿐이다.

인간들은 야생에서 자라는 돌배를 개량해서 식감이 좋은 배를 만들었다. 돌배는 식감이 좋지 않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오돌토돌 알갱이 같은 석세포가 많아서 식감이 까끌까끌하고 거칠기 때문이다. 배에서 추출한 석세포를 가지고 미세 플라스틱, 치약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농촌진흥청의 연구 실험한 결과 석세포 분말이 5% 첨가된 치약은 일반 치약에 비해서 2.4배, 프라그 제거 치약에 1.8배, 호두껍질 치약에 비해서 1.6배의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돌배의 단면

식물도 본능은 종족 번식이다.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 과심으로 2차 방어선을 치고, 과육으로 푹신한 상황에서 씨앗을 키운다. 서리가 내리면 배는 모든 에너지를 씨앗에 모아주고 성장을 멈추고 기다린다. 새나 들짐승, 인간을 기다려 씨앗을 퍼뜨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번식의 때가 온 것이다. 


사실 돌배를 공부해보면 껍질은 배 전체의 약 10% 정도이나 껍질에 함유된 기능성 성분은 배 4개의 과육에 포함된 성분의 양과 비슷하여 껍질을 활용하는 것이 최고인데, 식감이 없는 껍질을 먹을 수도 없는 상황이 현실이다. 그래서 돌배는 네 살 먹은 도라지와 궁합을 맞춰 도라지 돌배즙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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