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늘 위험해

category 굿모닝, 지리산 2020. 11. 4. 09:40,

해마다 연말연시 희망사항 중 하나는 월권 끊어 수영장 다니는 것이다. 여름에는 새벽시간이 농장에서 일한다는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하다가 늦가을부터 월권을 끊어 운동을 하려 했다. 그러니까 작년 11월부터 작심을 했다. 2020년에는 반드시 세바시에서 약속한 철인 아이언맨이 되련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빼먹지 않고 참 열심히 다니려 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수영장이 폐쇄되어버렸다.

운동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본 아침


그렇게 운동부족으로 확 찐자 되어버렸다. 수영장은 잠시 풀렸다가 다시 폐쇄가 되기를 반복해 꾸준히 운동할 상황이 아니었다. 
8월에 비가 많이 왔다. 큰 비가 오면 집 위가 바로 산이라 우리집 주변정리만 하면 되곤 했는데, 8월 8일에 섬진강 범람으로 구례에 둑이 터지고 홍수가 났다. 그날 이후 지인들 수해복구 작업으로 여름을 보내야만 했다.

코로나19로 국내 마라톤대회도 구례에서 열리던 국제 아이언맨대회는 취소되고 말았다. 목표가 없으니 운동은 더더 멀어져 간 듯했다.

아, 이렇게 내 인생의 철인 3종 아이언맨은 물 건너가는가?

그렇다고 운동을 마냥 멈출수는 없다.

10월 다시 수영장이 열렸다.  닫힌 수영장 핑계는 이제 stop!

어김없이 스마트폰 알람은 5시 10분에 울린다. 그리고 이불 속에서는 핑곗거리 어디 없나 뒤적거린다. 늦게 잤으니까, 밀린 책을 읽자, 논문써야 하니까, 비 오니까, 추우니까, 피곤하니까, 동네 산책으로 대신하자, 등등 ㅎㅎ 온갖 합리화의 명목들이 머릿속을 채운다.

이불 밖는 진짜 위험하지 않다.

위험을 무릅쓴 어두운 새벽길을 나섰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켠다. 컨디션에 따라 국악밴드 이날치가 '좌우나졸'을 부르거나 씽씽이 '창부타령'을 부르기도 한다. 김미경 TV의 리부트를 들으면서 마음을 곧추세우고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살겠다는 마음으로 수영장을 향한다. 

돌이켜본다. 과천마라톤클럽 시절에는 서브-3라는 목표가 확고하게 있었다. 동호회 회원들간의 선의의 경쟁도 하면서 시너지도 일어났고 동기부여가 있었다. 대회에 출전할 때 SNS에 출사표를 남발하면서 전의를 불살랐다. 게다가 동호회에서 공식적으로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운동하는 날을 정해두다보니 어쩔 수 없이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서브-3을 결국에 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건강한 몸매와 건강한 정신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100UP이라는 글쓰기에 다시 도전을 했다. 잘 쓰던 못 쓰던 벌써 10번의 약속을 지켜냈다. 일산에 사는 이*연이라는 청년 농부가 있다. 청년의 특권은 지구력이 없다는 것이길래 페이스북에 1일 1 포스팅 권했다. 못하면 엄마한테 하루에 만 원씩 벌금을 내기로 했는데, 초반 열심히 하더니 한 달정도 지나 이빨 빼먹더니 요즘은 징검다리가 되어버렸다.
화살은 다시 나를 향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카카오스토리에 몇 번 올렸더니 응원한다는 댓글에 도망갈 곳이 없어 내가 힘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지리산과 섬진강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13년 동안 SNS에 "굿모닝 지리산!" 하며 지리산의 아침을 보여주었다. 많은 분들이 지리산의 아침을 기다려주기도 해서 그 덕분에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 지리산의 농산물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지리산에 살아도 지리산의 멋진 모습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힘들어도 견디고 보면 이불 밖은 늘 위험하지 않았다. 이 글로 인해 며칠은 멋진 아침을 만끽하리라 믿는다.

사업자 정보 표시
지리산자연밥상 | 고영문 | 전남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로 36-12 | 사업자 등록번호 : 416-81-66827 | TEL : 061-781-1471 | Mail : jirisan800@gmail.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09-4870053-30-2-00014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굿모닝,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년마케터와 꼰대들  (2) 2020.11.06
촌놈 날다  (0) 2020.11.05
찬바람이 불면, 챙겨야 할 돌배  (0) 2020.11.03
활엽수의 난(亂)  (0) 2020.11.01
마라톤은 90%의 정신력과 10%의 체력?  (1) 2020.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