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골엔 단풍이 들었다

category 굿모닝, 지리산 2020. 11. 11. 22:04,

요즘 피아골 만산홍엽(滿山紅葉)은 홍시 속살처럼 그윽하다. 내가 도시를 탈출하여 피아골에 정착을 하기로 한 것도 단풍 때문이었다. '온비드(onbid)'라는 공매사이트에 피아골 임야가 매물로 나와 물건을 보기 위해 2007년 요맘때 내려왔다. 피아골을 두고 서쪽은 내서리, 동쪽은 내동리로 구분된다. 오후 3시쯤이니 내서리 왕시루봉 6부 능선은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물들어 내 얼굴마저 물들어버렸다.  다행히 낙찰을 받아 피아골 입구에 집을 짓고 지리산 농부가 되었다.

여름 홍수로 지친 구례, 가을 피아골은 티도 내지 않고 침엽수인 소나무를 무찌른 활엽수들의 탄성으로 요란하다. 연둣빛으로 시작하여 성하(盛夏)의 뙤약볕에 화상을 입어가면서 광합성 발전으로 에너지를 저축해두고 가을 즉 저물어가는 것. 그래도 낙엽은 뒹굴다 썩어 겨울의 거름이 되어 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즐겁게 맞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에서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로 지금은 농협디지털농업지원센터로 정권의 분위기에 따라서 카멜레온처럼 기관이 변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농업의 모습이 보는 듯하다.  4년 전 그곳에서 청년농업인들한테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스물여섯 살의 교육생으로 만난 딸같은 청년, 가끔 페이스북에 선생님 하면서 따르던 친구가 며칠 전 "선생님 저 피아골 가요" 하고 페북으로 연락이 왔다. 청년여성농업인 협동조합에서 간부라는 것을 맡아서 역할을 하는 듯했다. 피아골 미선 씨네에서 모임이 있어 1박 2일 모임이 있는데, 오전 강의를 빼먹고 나를 보고 가겠다고 한다.
일산에서 부모님이랑 세 식구 비닐하우스 9동과 600평의 노지에 알콩달콩 채소농사를 짓는다. 올해 들어 유튜브를 운영하는데, 구독자가 1,900명을 넘었다면서 자랑도 하고, 앞으로 방향에 대해서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름 먼저 시행착오한 경험을 통해 바라보는 통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결국 꼰대같은 잔소리

부모님이랑 농사를 짓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 역시도 고향인 고창에서 농사를 짓는 어머니하고 함께 농사를 짓지 못하는 이유도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영양에 귀농한 친구도 아버지의 잔소리에 결국 부모님과 다른 공간에서 농사를 짓는다. 심지어는 다시 도시로 향하는 친구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가끔 엄마를 설득할 때 나를 활용하기도 한다. 엄마 역시 관점이 일인칭이다 보니 마냥 품안의 아이처럼  대하는 것 같다. 엄마랑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갈등 이야기, 아빠랑 농사 방법론으로 싸우는 이야기를 조잘조잘 섬진강에 한바탕 쏟아놓는다. 

결국엔 농촌을 지켜내야 할 귀한 청년들이다. 3년 전부터 청년농업인들을 위해 뭔가를 하려고 한다. 지리산 자연밥상에도 6명의 청년들이 농촌마케터로 활동하다 2명은 졸업을 해서 큰 바다로 떠났고, 지금도 4명의 청년활동가들이 농산물 판매를 위한 온라인 활동을 하고 있다. 결국엔 사람이 답이라고 믿는다. 농촌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농부는 오늘도 스마트폰에 빠져든다.
 

사업자 정보 표시
지리산자연밥상 | 고영문 | 전남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로 36-12 | 사업자 등록번호 : 416-81-66827 | TEL : 061-781-1471 | Mail : jirisan800@gmail.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09-4870053-30-2-00014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