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 단풍들었네

category 굿모닝, 지리산 2020. 11. 15. 13:48,

피아골의 단풍은 구례 10경, 노고단 운해, 반야봉 낙조, 피아골 단풍, 섬진강 청류, 산동 산수유, 섬진강 벚꽃길, 수락폭포, 화엄사, 오산과 사성암, 노고단 설경 중 하나로 구례의 가을을 대표하는 볼거리다. 매년 11월 첫 주에 피아골 단풍축제는 열리는데, 기상상태에 따라 어느 해는 단풍이 절정이거나 가끔은 단풍이 없을 때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요즘처럼 기후 재앙의 시대엔 자연의 타이밍을 맞추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단풍 축제를 아예 하지 않고 그냥 가을을 보냈다.



단풍 구경은 늦었지만, 지리산학교 사진반 수업으로 이른 7시 20분부터 출사를 했다. 피아골의 단풍은 등산로가 시작되는 직전마을에서 삼홍소를 거쳐 피아골 대피소까지를 단풍 명소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11월 15일이니 직전마을 위는 이미 겨울 풍경이다. 대신 피아골 입구 기촌마을에서 연곡사까지 가로수로 심어진 애기단풍나무가 절정이다. 동네에 살면서도 여유롭게 단풍 구경하기가 쉽지가 않다. 사진이라는 것은 빛과의 싸움이라서 특히 단풍은 빛이 들어와야 그 아름다움을 더 해주는 것이라서 잠시 햇살을 기다리며 불락사 산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데, 주지 스님으로 보이는 분이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내려와 농담을 몇 마디 던지더니 들어가 버린다. 그 사이 햇살이 화개장터를 지나 황장산을 넘어 정상부가 마치 큰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다는 왕시루봉(1,212m) 능선을 비춘다. 열심히 셔터로 사진반 도반들은 가을을 담느라 한 눈을 파는데, 소셜 농부라는 나는 스마트폰으로 슬로모션, 동영상 딴짓만 하는 불량 학생이다. 

서어나무와 참나무에 포위당한 소나무 얼마나 버틸 것인가?


2주에 한 번 일요일 아침은 이렇게 지리산의 구석구석의 지금을 저장해 두기 위해 지리산학교 사진반 출사를 다닌다. 결국에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 했던가. 지리산이 가지고 있는 오늘의 콘텐츠는 다른 곳에서는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아직도 산골에는 그러한 정서가 남아 있어서 보물 같은 콘텐츠다. 소셜 농부는 도시에서 콘크리트 속에 갇혀 가엾게 버티고 있을 친구들을 위해 구석구석 스토리를 모아서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 지리산은 다시 시끄럽다. 댐을 건설한다던 계획은 다행히 없어졌는데, 케이블카, 산악열차로 산을 훼손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거창한 산악열차나 케이블카보다 아주 작아 보이는 스토리들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지 아니면 정말로 무지몽매(
無知蒙昧)한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하고싶다.
지리산, 어리석은 사람도 지혜로워지는 곳 지리산을 제발, 관광수익을 핑계로 훼손하지 말자. 반달곰이 새끼를 낳고 살고 있고 주민들은 계곡물을 식수로 먹고 사는 데, 산을 파괴해서 산 정상에 호텔을 짓고 미술관을 짓는다니 지역에 널려 있는 구석구석  좋은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거버넌스를 만들어서 토론하고 논의해서 콘텐츠로 만들어 내고 그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
케이블카, 산악열차 100대보다도 더 훌륭한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고 지역 소득에도 무궁할진대, 멀리 보고 깨어나길 부탁드린다.

연곡사 앞 단풍


4차 산업 혁명의 시대, 산업이 발달되면 될수록 도시는 정신적으로 황폐화는 심해지고 있다. 콘크리트 속에 갇혀 사는 수렵과 채취로 10만 년이 넘게 길들여진 DNA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는 콘크리트 속에서 치유가 필요하다. 그 치유의 공간은 인공적인 시설물들이 아닌 자연이라는 곳에서 비로소 치유가 될 것이다. 이제 그 자연이라는 콘텐츠를 스토리텔링으로 플랫폼화 해야한다. 그리하여 지리산은 치유의 산 어머니의 산으로 우리 후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연으로 가는 길, 지리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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