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문대작(屠門大嚼), 곶감

category 굿모닝, 지리산 2020. 11. 18. 21:17,

요즘도 산골에서 명맥을 이어가는 곶감이 있다.

최초의 한글소설을 쓴 허균이 귀향 가서 쓴 블로그?^^ 도문대작(屠門大嚼)에 나오는 글귀다.

"다만 바라는 것은 동이에 술이 비지 않고,
부엌의 연기가 끊기지 않으며
물에서 고기를 낚을 수 있다면 일생이 만족하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의 나이 마흔 셋에 조카와 사위를 부정한 방법으로 과거에 합격시켰다는 혐의로 유배를 가게 되어 유배지 전라도 함열에서 170여 가지의 식재료를 산지별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까지 정리해서 쓴 글이 도문대작(屠門大嚼)이다. 유배지에서 고립되어 지내다 보니 그동안 팔도를 유람하거나 성장하면서 직접 맛본 것들이 먹고 싶었길래 제목을 도문대작(屠門大嚼)이라는 '푸줏간 앞에서 먹지 못하고 입맛을 쩝쩝 다신다'는 뜻인데 귀양살이로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음을 표현한 의미로 해석된다. 

내가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알게된 것은 곶감 때문이었다. 허균이 맛 본 곶감 중에는 지리산의 곶감 오시(烏枾)가 팔도에서 으뜸이라 했다. 오시(烏枾)는 지리산(智異山)에서 난다. 까마귀를 닮아 검푸른 색에 둥글고 끝이 뾰족하다. 맛은 그런대로 좋으나 물기가 적다. 꼬챙이에 꿰어 말려 곶감으로 만들어 먹으면 더욱 좋다고 적혀 있다.

≪규합총서≫에 의하면, 허균이 먹었던 오시(烏枾) 만드는 방법이 나온다. 잘 익은 단단한 수시(水枾; 물감)를 택하여 껍질을 벗기고 꼭지를 떼어 큰 목판에 펴놓아 비를 맞지 않도록 말린다. 위가 검어지고 물기가 없어지면 뒤집어놓고, 마르면 또 뒤집어 말린다고 하였다. 다 말라서 납작해지면 모양을 잘 만들어 물기 없는 큰 항아리에 켜켜로 넣는다. 감껍질을 같이 말려 켜켜로 격지를 두고 위를 덮는다. 그런 다음에 좋은 짚으로 덮어 봉하여 두었다가 시설(枾雪 : 곶감 거죽에 돋은 흰 가루)이 앉은 뒤에 꺼내면 맛이 더욱 좋다고 한다.

곶감을 만들었다. 지리산에 와보니 규합총서에 나오는 방식으로 곶감을 만들고 있어 브랜드도 까마귀를 닮은 오시(烏枾)라 명명했다. 너무 바빠서 작년부터 곶감 만드는 것을 중단한 상황이지만, 유황(이산화황) 훈증을 하지 않고 자연에 맡겨 곶감을 만들어 팔았다. 일반적으로 곶감은 선홍빛으로 둔갑한 이 시대에 마니아들이 많이 응원해주었던 곶감이었다. 

한때 돈을 받고 직접  오지도 먹어보지도 않고 블로그에 포스팅해주는 사람들을 블로거지라고 불렀다. 나도 네이버에 검색해서 맛집을 갔다가 실망했던 경험이 여러 번 있어 블로그를 신뢰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네이버도 이제는 스마트 플레이스에서 블로그 리뷰, 영수증 리뷰 등을 합산해서 맛집 순위를 정하고 있다. 허균이 지금 살아있다면 맛집 인플로언서로 세상을 풍미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술동이에는 술도 있고, 굴뚝에 연기도 끊이지 않고 집앞 섬진강에서 고기도 낚을 수 있는 비만으로 쌓이는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지리산을 닮은 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고, 찾아서 소개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숙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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