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3번째로 작은 산골편의점

category 굿모닝, 지리산 2020. 11. 22. 22:50,


지리산에는 세상에서 3번째로 작은 산골 편의점이 있다. 하동군 화개면 형제봉 가는 길, 원부춘마을 섬진강이 넉넉히 내려다보이는 산골마을 중턱에 있다.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서려니 곶감이 걸려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매점 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새들이 동네 홍시감 다 먹고 먹을 게 없으면 훔쳐먹으러 올 텐데 라고 걱정을 했더니 그래서 솔개 연을 걸어놨단다. 하하 우리는 웃었다.

 

조금 있어 편의점의 진짜 주인이 들어왔다. 낯익은 얼굴이라고 했더니 지리산 자연밥상의 고영문 선생님 아니세요. 카카오스토리 채널 잘 보고 있다면서 아는 체를 하신다. 순간 미안하고 죄송했다. 난 기억이 없으니 내 기억력이 이제는 배터리가 닳았나 보다. 나도 가까이 지내는 토담농가에서 같이 차도 마시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 기억이 날 듯 아른거린다..... 그녀는 말기암 환자다. 요양차 지리산에 왔는데, 남자 친구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와 함께 지내고 있단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러브스토리를 그들은 낙엽이 질 무렵 세상에서 3번째로 작은 산골 편의점에서 막을 열었다.


하루에 찾아올 사람이라고는 몇 명 없는 40여 가구가 사는 산골, 코로나 19 2단계로 격상으로 하동은 더욱 썰렁한 때라 더 한가한데다 파는 물건도 소주나 맥주, 얼마 안 되는 라면과 과자가 전부인 산골 편의점이다. 우리는 커피와 우엉차를 마셨다. 기분 좋아 캔맥주까지 두 캔을 마셨다. 차창 너머로 느릅나무와 키 큰 낙엽송이 잎을 거의 떨군 채 그 뒤로 차가운 구름이 하동읍 방향으로 빠르게 지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에서의 명연설이 떠오른다. "만일 당신이 매일을 삶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 당신은 대부분 옳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라는 말에 스티브 잡스는 33년 동안 매일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것을 하게 될까?"라는 말을 거울 앞에서 되뇌었다고 한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친구들이 유명을 달리하기도 하고 가끔 나보다 나이 어린 후배들이 떠나버리는 것들을 보면서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도 시한부 인생이다. 의사가 정해 준 시간을 몰라 측정할 수 없을 뿐이지 그 시간의 길이를 알 수는 없을 뿐이다.
혜진 씨는 말기암 환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차분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농담도 챙기고 지혜로워 그녀가 말기암환자라는 것을 잊은 채 대화를 나누었다.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내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투병생활을 하면서 덤으로
남자 친구와 세상에서 3번째로 작은 산골 편의점에서 가장 넉넉한 사랑을 만들어 어쩌면 우리에게 그 선물을 챙겨 주는 것 같다.   


* 주소 : 경남 하동군 화개면 부춘길 281 세상에서 3번째로 작은 산골편의점

                             - 지리산둘레길 원부춘~가탄구간의 원부춘 마을에 위치 지리산 형제봉 가는 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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